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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붕, 북알프스를 다녀오다. (2016년)
작성자 :  정장식 () 작성일 : 2018-02-17 조회수 : 470

일본의 지붕, 북알프스 !!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전문산악인이 아니므로 히말라야 등정이나 킬리만자로의 등정은 애초 꿈같은 일로 여겨왔다. 

산악이라면 누구나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나, 북아메리카의 최고봉 맥킨리나 또 아니면 자기의 가슴 속에

 뭍혀있는 세계의 아름다운 산들을 트레킹하고 싶다는 그런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인 북알프스는 그저

막연히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그런 산에 불과했었다.

사과꽃이 개화하고 일손이 분주하던 하하님 집에 놀러간 것은 햇살이 따사로운 4월의 어느 휴일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북알프스의 등반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나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하였을 때, 나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승낙을 했다. 원래는 일산배기님 혼자서 계획하던 일이었는데 여러 명이 함께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3000m급 등반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인천-나고야 추부공항의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티켓을 예매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벌써 그 곳에 가 있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휴가일정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날때마다 북알프스 등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걱정만 기대반으로 간간히 북알프스에

대비한 훈련(?)을 하면서 그 날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산행은 북알프스 종주를 위한 준비단계로만 여겨졌다.

야리가다케(3180m)

일본 중부지방 나가노현과 기후현의 경계에 있는 산.

해발 고도 3,180m로 히다산맥의 주봉이다.

산 정상은 오야리(아버지 창), 고야리(아들 창), 마고야리(손자 창)로 부르는 창 모양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고생대층의 암석이 빙식()작용으로 깎여 창처럼 뾰족하게 된 것으로 여기에서 산 이름이 유래하였다.

능선은 날카로운 바위로 되어 있으며, 바위면은 근육처럼 울룩불룩한 남자의 산이다. 


참석자 : 일산배기님(등반대장), 혈구산님, 한니발님, 하하님, 왈츠


여행 및 등반계획

07/22 : 인천공항 - 나고야 추부공항

등반 1일차(07/22) : 가미코치 - 도쿠사와산장-야리사와산장-미나마타분기점-텐구바라분기점-야리가다케

등반 2일차(07/23) : 야리가다케-오오바미다케-나카다케-미나미다케-키타호다카다케-호다카다케산장

등반 3일차(07/24) : 호다카다케산장-오쿠호다카다케(3190m)-가미타이라-다케사와산장-가미코치 

07/25 : 나고야성 관광, 추부공항 - 인천공항


7월21일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그 날이 왔다. 인천공항으로 집결하는 날이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천안공장에서 사원연수 강의를 하고, 밤늦게 서울로 돌아와서 주간업무보고를 하고, 휴가 알림메일을

 보내고 이것저것 장비점검을 하고나니 새벽 한 시가 지나서 잠이 들었다. 알람보다 빨리 5시에 눈을 떴다.

오피스텔에서 10분을 걸어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새벽에 구미에서 출발한 네 명도 이내 도착했다.

모두 다 어린아이처럼 상기되고 들뜬 표정이다.  짐을 부치고 티켓팅을 했다. 저가항공이라서 수화물의 무게가 한 사람당15kg를

초과하면 4만원의 초과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하님의 베낭의 짐이 너무 많아서 베낭을 풀어헤쳐 짐을 덜어냈다. 일산배기님의 배기지백에 짐을 모아서 따로 부쳤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아침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추부공항에 도착하니 날씨는 맑고 후텁지근하다. 흡연실에서 타르보충을 하는 동안 일산배기님이 메이테츠행 전철표를 샀다.

전철 안은 한산하고 시원했다. 베낭과 짐을 한켠으로 몰아놓고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가벼운 잡담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전철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옆자리의 여학생은 영어단어 외우기에 열심이다.

메이테츠에 도착해서 지하도를 건너가서 라면을 먹었다. 아사히 생맥주도 한 잔씩하였는데 맛이 기가막히다고 한다.(난 마시지 않음)

라면집에 짐을 맡겨둬도 되냐고 물었더니 한 시간 정도는 상관없지만 긴 시간은 안된다고 해서 버스터미널에 가서 보관함에 짐을

넣고 거리로 나섰다. 커피숖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백화점 산악용품점에서 아이쇼핑도하고 야영에서 사용할

프로판가스를 두 개 샀다.

혈구산님은 라면집이나 커피숖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하였다.

날이 저물어 저녁은 초밥을 먹기로 하였는데 여기저기 맛집을 물어서 찾아갔는데 예약으로 인해서 공석이 없다. 발길을 돌렸다.

지하상가에 위치한 작은 회전초밥집에 들어갔는데 이 날씨에 에어컨도 켜지 않아 후텁지근했다.

맛도 그다지 휼륭하지는 못하다.  와사비가루를 간장에 섞어 찍어서 한참을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와사비가루가 아니고

녹차가루였다. 다들 한참을 웃었다. 저녁을 먹고 여기저기 배회하다가...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며 담소하였다.

다들 지쳐있는 듯하고 나도 피로가 몰려왔다.

버스(야간 7200엔, 주간 5660엔)는 11시에 출발해서 어둠속을 질주하였다. 내일은 산행을 해야하므로 잠을 자야했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혈구산님은 코를 드러렁 골면서 자고, 하하도 곯아떨어졌는데 한니발님은 뜬눈으로 지새다시피 하고, 나도

비몽사몽으로 밤을 보냈다. 게다가 버스가 너무 덜컹거려서 도무지 몸이 불편하였다. 타이어의 공기를 조금만 빼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생각만으로는 소용없는 일이다. 휴게소에 두 번을 들릴 때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밤공기가 쌀쌀했다.


7월22일

05시15분 가미코지에 도착했다.

가미코지관리센터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버스에서 내린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기가 쌀쌀하므로 긴바지와 긴소매의 셔츠로 갈아입었다.

한니발님과 산악보험(500엔)을 가입하고 입산신고서를 작성하고 매점에 가서 훈제고기와 소시지 몇 개를 샀다.

북알프스지도(120엔)를 두 개 사서 하나는 산행대장에게 주고 하나는 기념으로 하하님이 가졌다.

출발 전에 일산배기님이 지도를 펴고 등반코스를 재점검했다. 일산배기님은 말이 없으나 치밀하고 생각이 깊다.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여행하는 동안, 정보수집력에 대해서 놀랐다. 말만하면 핸드폰 하나로 위치검색, 현장 정보수집을 마치 집에서 매뉴얼

보고 뒤지듯이 뚝딱  찾아내곤 했다.

06시30분 장비를 정비하고 야리(야리가다케의 애칭)를 향해 출발하였다. 출발하자마자 바로 울창한 원시림이 나왔다.

아침공기가 상쾌하고 모두의 발걸음은 가볍다. 베낭의 무게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 산악인들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 일행만이 여유롭게 피톤치드를 음미하며 걷고 있었다.

얼마걷지 않아서 아즈사강이 나오고 갓파바시(河童橋)가 나왔다. 

["갓파"는 물속에 사는 요괴인데 바가지머리를 한 어린아이의모습으로 머리 꼭대기에 움푹 파인곳이 있고 거기에는 물이 있는데

물이 마르면 죽는다. 손가락은 세 개로 물갈퀴가 있고, 두 팔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한 쪽에서 잡아당기면 쑥 빠져버린다.

맑은 물에 살고 힘이 무척 세다. 장난치길 좋아해서 아이들을 강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다리를 잡아 당긴다.]

 

다리 위에 올라서 강을 내려다보니 물이 맑고 제법 깊게 보인다. 다리 이름을 갓파로 지은 것을 보면 물이 너무 맑아서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암묵적인 경고로 갓파바시라 지었을 것 같다.(혼자 생각)

울창한 숲사이로 아즈사강이 유유히 흐로고 그 위로 호다카다케이 연봉들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지금 이 순간 이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황홀하고 기뻤다.

아즈사강 위로 북알프스 호다카다케의 연봉들이 보인다.


초입에서부터 웅장한 묘진다케의 모습에 압도되는 듯하였다. 등산로는 줄곧 강을 거슬러 같이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왼쪽에 보이는

묘진다케는 목이 아프도록 끝없이 올려다 볼 수밖에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새들이 지저귀고 푸른신록은 어제의 불면으로 나른하고 지쳐있던 몸이 금방 치유되는 듯하다.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등산로는 넓고 잘 정비되어 있으나 최대한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좌우 숲속을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샛길이 없다. 삼나무, 낙엽송, 녹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희귀식물 군락도 잘 보존되어 있다. 예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원시림 상태를 아름답게 잘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 현장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07:20 한 시간쯤 걸어서 묘진산장에 도착했다.

아침을 먹으려고 메뉴를 보니 가격이 식단의 질에 비하여 형편없이 비싸다. 가격이 제일 싼 카레를 500엔을 주고 주문해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다들 맛있게 냠냠....

08:45도쿠사와산장에 도착하니 넓은 잔디밭의 야영장이 나왔다. 찻집이 보이고 산장도 깨끗하다.

야영객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산장 옆에는 실개천이 흐르는데 물이 몹시 맑다. 손을 담가보니 눈 녹은 물이라서 그런가 제법 차가웠다.

버너와 코펠을 꺼내서 커피를 끓여서 티타임을 가지고, 초콜렛으로 열량 보충을 했다. 

대원들의 얼굴에는 모두 웃음꽃이 피어있고 기쁨이 충만해 있다.  해가 중천에 떠있으므로 햇살이 따가워 반팔로 갈아입었다.

다시 출발, 안으로 들수록 숲은 더 울창해지는 듯하다. "사사"라고 불리우는 키 작은 대나무숲에서 원숭이 한 자웅이 모습을 드러내고

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하자 날까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하였다.

10:00 요코오산장 도착

야리까지 22km인데 요코오산장은 딱 중간지점인 11km지점이다. 세 시간 반만에 11km를 걸었으니 원만한 진행이다. 여기까지는

가족단위로, 연인들끼리 산책을 많이 한다. 이 산장을 지나면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맨 후미에서 출발하였으므로

더욱이 그러하였다.  산장에서 일기예보를 그림으로 걸어놓았다. 오전 맑음, 오후 흐리고 비, 약간 걱정이 되긴 하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요코오산장을 지나면 넓은 잘 정비된 산책로는 끝나고 오솔길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발걸음이 둔탁해지고 베낭의 무게가 어깨를 짖누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곤니찌와(낮 인사)" 외쳤다. 내가 인사하지 않아도 그들이 어김없이 인사하므로 답례를 위해서도 끝없이

곤니찌와를 말해야 했다. 도쿠사와산장을 지나면서 약간의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지만 걷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일본인들의 등산복장은 특이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촌스러워 보일 것이다. 색조가 단조롭고 디자인은

투박하다. 남자들은 반바지 안에다 타이즈를 입은 것이 낯설다. 한 사람 잡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참았다.

11:45 야리사와롯지 산장에 도착하였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가진 후 출발하기로 하였다.  물을 끓여서 전투식량에 물을 붇고, 라면을 끓였다. 주방장은 당근 왈츠... 사실

둘러보면 다섯명 중 왈츠만한 주방장감도 없다. 그래서 내가 산행내내 앞치마를 두르고 칼자루를 잡았다. 단, 맛에 대한 보장은

없음......ㅋㅋ그러나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한국인의 원초적인 힘 고추장, 양파 그리고 혈구산님이 그토록 갈망하던 이슬이도 함께 꺼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

는 말은 이때를 두고 한 말인듯하다. 알콜을 어느 정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였다.

산행로 입구에 망원경이 놓여있는데 야리의 정상을 볼 수 있다. 망원렌즈로 야리를 올려다보니 야리 위의 만년설이 보이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야리의 정상에는 하얀옷의 사내가 서 있는게 보였다. 멀다, 아직  6km를 더 걸어야 저기에 도착할 수 있다.

사실 야리사와롯지에 도착해서 전투식량과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알코올을 섭취할 때만해도 다들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물론 수면부족과 다리에서 조금 피로가 느껴졌지만, 목적지의 절반을 지나 17km 지점에 너무 빠르고 쉽게 도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일산배기님의 산행후기에서 "조금있다 죽을지도 모르고,,,,,"라는 대목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 시간여의 휴식을 취하고 야리사와롯지를 떠났다. 다리에 조금씩 피로가 느껴진다.

 

멀리 야리가다케와 오오바미다케를 연결하는 능선이 만년설과 함께 보인다. 하하님의 발걸음의 무거워 보인다.

휴식시간이 잦아졌다. 다들 지쳐있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않는다.


개인의 페이스컨트롤이 다르므로 선두와의 차이가 자주 벌어진다.

바바하라캠프장(표고1990m)을 지나면서 계곡의 물에 머리를 감았다. 머리가 냉동고에 들어간 것같이 시원하였다.

텐구하라분기점이 코앞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아무리걸어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텐구(天狗)는 일본의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로서 사람을 마계(魔界)로 인도하는 요괴이다. 개의 몸에 스라소니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고 꼬리가 길고 크다."  텐구하라분기점을 지나면 마계로 빠져들어 살아나오기가 어려우므로 주의를 요하는 산세의 험난함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텐구하라분기점을 지나서 또래의 일본인 남자를 만났다. 정상까지 몇km가 남았느냐고 물으니 3km가 남았다고 했다. 산행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묻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섯이서 나란이 사진을 찍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다. 열량보충을 위해 초컬릿과

캬라멜, 꿩육포(?)를 먹었다.

() 텐구하라분기점은 표고2580m로 수목한계선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이 지점부터는 큰 나무는 찾아보기 힘들다.

본격적인 경사는 이미 시작된지가 한참이 지났다. 만년설도 이 지점부터 시작되었다. 작년에는 7월말에도 만년설 400m정도 밟고

지나갔다고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젠 없이 만년설구간을 통과하였다.

텐구하라분기점을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이제껏 계속 적어오던 산행일지가 꺼내는 것조차 성가시게 느껴진다.

아무리 걸어도 야리의 첨봉은 보이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이따금씩 잠깐만 아주 잠깐씩만 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늘은 뭉게구름이 간간히 떠있으나 맑고 잠잠하다. 만년설 지대를 지나면서 저기에 한 번 올라가볼까 생각도 하였으나

그럴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다들 그러하였다. 얼음의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정도로 두꺼웠다.

 

오야리(아버지 창)가 보인다. 오른쪽 경사면의 뾰족한 봉우리가 야리이다.  ("야리"는 창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간간히 하산을 하는 일본인이 보였다.  그 중의 다수는 5,6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거의 다 작은 베낭에 음용수와

비상식량만 가지고 산행하는 사람들이었다. 몇몇에게 말을 걸었으나 산행이 힘들어서인지 귀찮아서인지 대꾸도 않는다.

내 입에서도 더 이상 "곤니찌와"는 사라진지가 한참이 되었다.

바람꽃 군락지를 지나자, 반류스님이1834년에 53일동안 수도했다는 "반류굴"이 나왔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꾸~욱 참았다.

심신이 피로하니 그런 동굴따위는 하나도 별스럽거나 신기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 때 그 양반은 어떻게 추위를 극복했을까를

상상해 보았다. 하하님이 10엔 동전을 던져넣고 무사산행을 빌었다.  하하님은 과묵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혈구산님과 한니발님이 텐구하라분기점을 지나서 피치를 올리고 있다. 매우 지쳐있다.

 

텐구하라분기점을 넘어서면 확실하게 "마의 코스"이다. 강력한 하드코어이다. 경사가 큰 비탈의 너덜지대이므로 길은 지그재그로

계속 이어진다. 이 하드코어코스는 아무리 걸어도 좀처럼 야리에 도달할 것 같지가 않다. 사실 수목한계선(표고2500m지점)을

넘어서면서 기압이 낮아져서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호흡이 가빠지거나 할 줄 알았는데 별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대원 중 누군가가 불러서 머리를 돌리면 머릿속에서는 골이 따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참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물을 마시고 꿩육포를 먹고, 초컬릿으로 당을 보충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혈구산님은 

카메라 셔터를 끝없이 눌러댔다.

야리의 첨봉은 코앞에 보이는데 아무리 걸어도 야리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베낭 벗을 힘도 없어, 선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하하님,,,,, 화이팅~!!

 
하하님과 일산배기님이 바로 내 뒤에 오고 있었으나 나는 그들에게 다가설 에너지 조차 없다.

나는 고산증으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다리가 아프거나 숨이차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 의지와는 달리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크리티컬매스(임계점)에 도달했다. 잠깐의 휴식으로 젖산을 보충하기는 이미 틀렸다.

갓파바시에서 물속을 들여다보며 상상했던 약싹빠른 갓파가 어느새 아즈사강을 거슬러 올라와서는 나를 따라잡고는,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반류굴에 숨어있던 텐구가 뛰쳐나와 나를 끝없이 마계로 몰아붙이는 듯하였다. 몇 발자욱만

벗어나면 마계임이 틀림없을 것같다.

바람이 차다. 

그러나 그 순간,  땅거미 짙어가는 야리의 모든 것은 아름다웠다.

샷쇼뷰테산장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서는 완전히 그로키상태에 들어갔다. 산장의 난간에서 한 사내가 아래를 잠깐 내려다보고는

금방 안으로 들어갔다.

일몰이 언제였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안개가 몰려왔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동안 야리의 아버지창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를 반복했다. 상상속의 갓파와 텐구는 현실에서 나를 계속 괴롭혔다.

하하님과 일산배기님이 내 뒤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장딴지에 20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처럼 걸음마를 걷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하하님의 베낭무게는 24kg은 족히 나갈만하다, 나하고는 불과 오십미터 정도의 거리였지만 나는 그들에게

 갈 힘조차도 없다. 열걸음을 떼고  몇 분을 쉬었다. 또 몇 걸음을 떼고 또 쉬고.......... 마지막 500m를 올라가는데 75분을 소요했다.

거대하고 희미한 야리가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마침내 야리가다케산장에 이르렀다.  18시30분. (예상은 10시간 30분인데 1시간30분 초과하여 도착)

일몰 후라 땅거미가 짙어졌다.     

심신에 평화가 찾아왔다. 끝없이 괴롭히던 갓파와 텐구도 사라졌다.

한기가 심하게 느껴져 베낭에서 겨울티셔츠와 패딩을 꺼내입고 버프를 했다. 

한니발님과 같이 산장을 예약하고(6500엔) 도시락(1300엔)도 두 개 예약했다. 텐트는 3인용 자리를 예약하였다.(1인당 1000엔)

 

얼마 후 나머지 일행이 산장에 도착하였다.

혈구산님이 같이 야영을 하기로 하였으나 새벽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산장지기의 말에 침낭이 없는 혈구산님은 산장에서 자기로

 했다. 하하님과 나는 야영을 하기로 하고 어둠속에서 셀타프를 쳤다.

타프 안에 다 모여서 물을 길어오고, 밥을 지으면서 비로소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녁을 하는데 물이 끓어서 휘젓고 뜸을 들여서 밥을 했는데 쌀이 설익었다. 고산의 기압이 내려가 비등점이 낮아지므로 큰 돌을

코펠에 올려서 밥을 지었는데도 그렇게 됐다. 다시 불을 붙여 조금더 뜸을 들이니 먹을만하게 됐다. 에고 ~~쉐프랍시고 칼자루

잡더니만... 대원들에게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고기를 굽고, 소시지를 굽고 각자가

챙겨온 부식을 펼치니 진수성찬이 되었다. 열 시가 넘자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텐트 밖으로 나가니 달이 휘영청 밝다.   - 옆 텐트에서 일본 젊은애들이 소곤소곤 말하는 게 들렸으나 이내 조용해 졌다.

고요하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텐트 위에도, 오야리, 고야리, 마고야리의 첨봉에도 마구 쏟아져내렸다.

황홀하다.

이 광할하고 거대한 무방비 상태의 자연속에서

나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마침내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치열한 삶은 Dust in the wind,,,(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같다,,,)


 

열 시 반이 지나서 요강을 만들어 놓고 침낭으로 들어갔다.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으나 이내 곯아떨어졌다.


7월23일

네 시 반에 발소리에 눈을 떴다. 일본인들은 벌써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새벽 일찍 산행을 시작하고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산행을 마친다. 한국과는 약간 다른면이 있다.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금 발소리에 눈을 떴다. 다섯 시다.

셀타프의 지퍼를 위로 올리자 히다산맥의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하님은 자고 있다.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 찰라의 풍광만으로도 어제의 고행은 모두 보상받은 듯하다.

사방은 운해를 이루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보는 니시카마릿지


 

이내 일산배기님, 한니발님, 혈구산님과 만났다.

05시45분 패딩과 버프를 두르고 정상으로 향했다.

산정의 표고는 산장과 100m 차이지만 너덜과 가파른 암벽으로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직 철제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야하는데

고소증이 있는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쩔쩔매기가 일쑤다.

정상의 공간은 서너평 정도될까 싶었다.(?) 사람들은 열너댓명 정도가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일기가 좋아서 사방의 확트여 조망이 좋다. 발아래의 모든 산들은 운해에 덮여있는데 유달리 니시카마릿지만큼은 능선의 왼쪽은

운해로 덮여있고 나머지 반쪽은 선명하게 드러나서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북알프스의 연봉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 후지산에 대한 얘기를 하므로 일본인에게 물으니 남서쪽 멀리 운해사이로

삐져나온 봉우리를 가리키며 후지산이라고 말해줬다. 후지산은 여기서 200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했다.. 대단하다.

"후지산을 한 번도 올라가지 않는 일본인은 바보다, 후지산을 두 번 올라가는 사람도 바보다." 일본의 최고봉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바보 그러나 볼 것도 없는 산을 두 번씩 가는 사람도 바보라는 의미다. 그 정도로 후지산은 볼 것이 없다.

야리가다케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가고 싶어하는 산 중의 하나이다.

야리가다케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야리가다케산장


 야리가다케정상에서 바라본 호다카다케릿지


텐트로 돌아와서 라면을 끓여서 어젯밤 먹다 남은 밥을 말아 먹었다. 역시 맛은 좋다. 입맛을 논할만한 형편은 못된다.

야영장이나 산장에서 흡연이 허용되고, 야영장에서는 취사가 허용된다.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하지마라가 아니라 그들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므로 국립공원 정상에서도 취사와 흡연을 허용하는가 보다.

하산 전 야리가다케산장 앞에서  (뒤에 야리가다케의 주봉 오야리가 보인다)


일산배기대장님은 지도를 펼쳐서 하산코스를 열심히 탐구하고 있다. 원래의 호다카다케에서 1박하는 계획이었으나 악천후 소식과

위험한 구간이 상당히 많은 구간이라서 하산코스를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다. 2014년에 이 산에서

14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오리라 다짐하였으나 또 언제가 될까?)

텐트를 걷고나서 정상을 배경으로 산장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하산코스는 니시다케를 향하는 코스로 히가시카마릿지를 경유해

서 미나마타노코시분기점에서 우회하여 오오마가리분기점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하산길인 히가시카마능선은 정말 아름다웠다. 올라갈 때 웃으면서 상냥하게 인사한 아가씨가 금방 우리 일행을 따라붙었다.

잘 웃고 말도 잘하고 건강하고 예쁘게 생겼다. 27살인 이 아가씨는 직장인인데 산악가이드를 목표로해서 주말마다 고산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설악산이 있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꼭 가봐라 했다. 설악산은

야리보다 낮지만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산이라고 말해줬더니, 기회가 되면 꼭 가보겠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걷다가 샷쇼뷰테 산장에서 헤어졌다.

이곳은 알프스라고 불릴만하다. 북쪽으로 뻗어있는 키타가마릿지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고 야리가다케의 북쪽 경사면은 남자의

팔뚝근육처럼 길게 아랫쪽으로 쭈욱 뻗어있는데 그 길이와 높이를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지경이다.

산세가 아름답고 또 한편으로는 거칠다.  산들바람이 있으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히가시카마릿지 위를 걷고 있는 마운티아대원들.. 뒤에 보이는 산이 니시다케(2686m)다.

미나마타분기기점에 내려서서 한숨을 돌리고, 오오마가리분기점으로 향했다. 혈당과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여유있게 걸었다.

오오마가리분기점에서 베낭을 벗고 머리를 감고 발을 담궜더니 역시 얼음물이다.

하염없이 걸어서 13시30분에 야리사와롯지에 도착해서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고(500cc 750엔), 갈증을 해소한 후 점심으로 라면과

 산장에서 산 주먹밥을 먹었다.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도쿠사와 산장으로 향했다.

16시40분 도쿠사와 산장에 도착하였다. 시간의 여유가 많다.

야영지를 예약하고 돚자리를 빌려서 깔고 누웠다. 도쿠사와산장의 옆으로는 아즈사강이 흐르고 있고 건너편에는 묘진다케(2931m)가

거대하게 솟아올라 산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커다란 녹나무가 보이는 한쪽에 텐트를 치고, 세월아 네월아 망중한을 즐기며 저녁을 준비하였다.

김치부대찌게 향도 좋고 맛도 좋다. 밥도 제대로 잘 되었다. 모기향도 두 개 사고.....

저녁을 먹고 두런두런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하모니카도 몇 곡 연주했다. 어젯밤에 하하님이 하모연주를 부탁했으나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하였다.


7월24일

아침햇살은 여전히 눈부시다.

햇살이 등짝에 따갑게 느껴지는 나른하고 게으름을 피우기 좋은 날씨이다.

09시20분 묘진이케를 향해서 출발 그저께 왔던 코스의 반대코스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좋기만하다.

10시45분 묘진이케도착, 묘진이케(이케: 연못)를 보러 갔는데 카몬지산장이 있었다.

카몬지산장은 1880년에 지어진 산장으로 "일본 알프스라는 명칭은 영국의 광산기사 윌리엄 가울랜드가 처음 명명하였다. 히다산맥을

 종주한 윌리엄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알프스라 명하였고, 그를 기념하기 위하여 산장을 지었는데 지금은 매점과 식당으로 사용하

고 있다. 주변에는 카페도 있고 산책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삿뽀로맥주 큰놈으로 하나 사서 소맥을 시원하게 한 잔씩 했다.  안주로 아즈사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이와나소금구이(1000엔)를

한 마리씩 주문해서 먹었는데 비싸지만 맛이 있었다.

강을 건너서 아즈사강의 산책로를 따라 트래킹을 하였다. 여전히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12시45분 갓파바시에 도착하였다.

갓파바시 앞에 있는 시라카바소호텔에 붙어있는 상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동과 감자고로케를 주문했는데 20분 이상 기다린것

같았으나 맛은 좋았다. 언제나 양이 문제다. 그들은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음식의 양도 적은 편이다.  고로케와 우동을 먹으니

간에 기별이 살짝 가는 듯 마는 듯하다.


15시30분 가미코치에서 메이테츠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의 표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 아침에 마누라와 싸우고 나온 표정이

다. 한참을 달려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치킨정식을 저녁으로 먹었다.

20시50분 메이테츠 도착

21시20분 치선인호텔 체크인

10시00분 호프집에서 회포를 풀다. 12시가 넘어서 숙소에 들어갔는데 혈구산님은 씻고나서 혼자 또 그 호프집에 가서 한 잔을 더

 하셨다고 한다. すごい、、


7월25일

택시를 타고 나고야성으로 아직 오픈 전이므로 약간 걸어서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로 아침을 해결했다.

나고야성에 들어가서 관광을 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챙겨서 메이테츠-나고야 전철을 타고 추부공항으로 갔다.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제각기 소중한 이들에게 줄 의미있는 선물을 샀다.

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인천공항에서 짐을 찾고 혈구산님이 세관검색대에 걸려서 한 이십분간 씨름을 하고 나왔다. 등산용 나이프가 베낭에 들어있었는데

6cm가 넘기 때문에 걸린 것이다.

공항은 부산스러웠고, 우리들은 인사를 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야리가다케 정상에서

 

한 명의 낙오나 사고없이 무사히 귀국하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쁘다.

야리가다케의 등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산행이었으며,

가장 아름다운 산을 보았고,

가장 깊이 자연에 동화되었던 산행이었다.

등반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이 마련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북알프스에 가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산행을 기획하고 준비하신 일산배기대장님과 함께 수고하신 대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북알프스 등반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주신 마운티아산악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의 정서는 아직도 야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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